내가 존재의 증명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석도 만들고 자서전도 씁니다. 이왕이면 묘도 크게 짓고 싶겠군요.
그렇다면 내가 할머니를 기억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직접 만드신 한과, 조청, 식혜, 막걸리 이런것입니다. 배워둘 껄하는 생각이 강합니다. 할머니는 구한말에 태어났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의 어릴적 삶은 그 시대와 공존한 것이었습니다. 그냥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나와 동시대에 살았던 겁니다.
돌아가시고 화장을 하셨기에 비석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러나 접시에 묻은 계란 노른자는 밥한숟갈로 접시를 딱듯이 먹습니다. 아직까지 나의 습관이 100년을 이어온 삶의 지혜일 것입니다. 그렇게 매 순간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그것이 기억하는 방법이고 생존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태고때부터 기억한 다는 것은 생존의 방식을 터득하고 삶의 지혜,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벌거벗은 체로 사막과 밀림, 초원, 추운 북극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는 지 기억해야만 합니다.
즉, 존재의 기억은 생존이었고 대대로 전해져야할 가치입니다.
기억은 메모리이런것일까요? 영어로 memory, 메모하고 같은 어원이겠네요. 그리고 기억하도록 만든 박물관 museum도 같은 어원에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억해야하는 데, 책도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암송하고 불러주면 옆에 있는 사람이 또 따라 외우고 암송해야 합니다. 인간의 언어에는 악센트가 있고 운율이 있습니다. 그래서 암송을 하면서 운율이 따라 붙습니다. 절에서 스님들이 경전을 암송할 때 음악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음악을 뜻하는 MUSIC도 M..기억이라는 어원에서 파생되었습니다.
흥겹게 놀고 먹고 마시는 게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음악이라는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넋두리하는 고단한 노예의 삶에서도 음악이 나옵니다. 노동요이죠. 흑인에게는 소울뮤직이라는 것이 나오듯 말입니다. 그 노래마저 없었으면 고단한 소작농의 삶, 노예의 삶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법사의 주무도 같은 거겠죠, 화학이 발전된 아랍출신의 연금술사가 여러가지 물질을 넣었겠죠. 화학물질 기호를 읊으면서 이거 한스푼 저거 한스푼...옆에 있는 무식한 나로서는 그 저 혼합방식을 읊조리는 것인데도 주문을 읊는 것처럼 들렸을 겁니다. 아브라다카브라..
이렇게 기억한다는 것은 생존과 노동에 관계가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한 시대를 살아갔던 당신을 음악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음악은 당신의 삶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흘러 지금은 유료 음악듣기로 엄청난 시장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음악을 어떻게 들을 까요? 눈으로도 듣는 세대입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부르고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대로 전환되었습니다. 당신의 스토리를 누군가 기억해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또 하나의 생존방식 - 사냥과 침탈
나를 증명하는 것은 DNA가 복제되고 전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내 가족과 부족을 지켜야 합니다.
당신은 검은 숲에 사는 게르만 민족의 부족 중 한명입니다. 아니면 초원을 누비는 동이족 계열의 유목민입니다. 당신은 멀리 가야까지 갔을 수도 있고 또는 초원의 무리들을 따라가서 게르만의 숲을 지나 로마시대의 로마까지 갑자기 나타난 훈족의 화살을 담당하는 일원일 수도 있었을 까요? (이게 역사적으로 맞는 지는 모르겠어요. )
어쨌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냥을 나갑니다. 사슴을 잡기 위해 남자들은 모여 작전을 짜야겠네요. 넌 오른쪽 난 왼쪽 너희들은 중앙을 맡아라. 땅에다가 그림을 그려서 매복하는 장면을 그려야 겠습니다. 어느날 사냥이 잘 되서 먹을 게 풍족한 날에는 내가 잡은 사슴과 멧돼지를 한가하게 그려놓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고기를 뜯으면서 흙바닥에다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보겠죠.
그 손가락 그림은 흔적으로 남아 태블릿pc와 아이폰을 손가락으로 작동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또는 기근이 와서 농경민족이 있는 곳까지 쳐들어 와서 약탈을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호전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나 배가 고프기 때문에 약탈을 하는 것 뿐입니다. 물론 적당히 풍년이 오고 사냥이 잘 될 때는 근처 도시로 가 교역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근이 올때는 상거래고 뭐고 없습니다. 너무 너무 배고프니까요.
또는 옆 부족이 우리 부족으로 침탈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사가 되서 싸워야 합니다. 화살에 맞지 않고 매복하다가 그저 가시나무에 찔렸을 때, 마데카솔도 없고 페니슐린이 발명되기 전에는 그런 상처만으로도 화상풍으로 죽기도 합니다. 전쟁은 최고의 긴장으로 몰아넣습니다. 북소리를 울리고 나팔소리를 울리면 그 소리에 맞추어서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가기도 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먼저 나아가기로 해서 측면을 부수기로 했습니다. 적진이 측면으로 정신을 팔릴 때 강한 돌격부대로 이루어진 중앙에서 전선을 밀어올립니다.
후퇴할 때는 왼쪽과 오른쪽이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받춰져야 합니다. 측면이 어느 정도 내려왔을 때 중앙이 서서히 물러갑니다. 동시에 줄을 맞추어서 가야 어느 하나 적들의 침략에 뚫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써보니까 축구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맞추고 측면 윙어와 유기적 관계를 맺는 쓰리백 시스템 같네요.
전쟁이 없어지면서 축구도 생기고, 북치는 법, 나팔부는 법도 생깁니다. 화살을 쏘는 법, 육상의 창던지기와 해머던지기도 나오네요. 그리고 몇 천년이 흘러 가상으로 하는 슈팅게임도 나옵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게임은 생명과는 상관없습니다. 죽어도 다시 하면 되니까요. 전쟁의 치열함은 없어도 중독이라는 덫이 있긴 하지만요. 전쟁에서 죽으면 내 존재는 끝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늘 남기고 싶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나의 자존감이 높고, 공동체에 인정받으며 소속감을 느낄 때는 그런 SNS의 공허함도 덜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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