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스토리텔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을 받는 거라 생각합니다.
또는 예술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관객이 그 예술을 맞닥드릴 때, 관객이 어릴적 기쁨이나 과거의 슬픔을 떠올리는 것, 누군가를 그립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힘입니다. 관객이 예술을 즐기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어가사를 모르는 팝송도 자주 듣는 것이고, 가사가 이해안되는 랩에도 감동하는 이유입니다. 추상화를 보고 느끼는 감정도 같습니다.
특히 최근에 들은 랩 중에 가사가 이해가 가고 느낌으로 오는 것은 지코와 이준호의 랩입니다.
최근 지코가 새롭게 회사를 설립하고 앨범을 냈습니다. 연달아 2집도 낼 생각이라고 합니다. 특히 요사이 흘려듣는 음악에서 차분히 앨범 전체를 듣는 음악을 위해서 앨범을 내고자 한다는 지코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Q. 첫번째 파트 이후 두번째 파트가 연이어 발매한다고 들었다. 이런 장치가 필요했던 이유는?
A. 요즘같이 숨쉬기도 바쁜 세상에 30분 이상이 되는 긴 시간을 음악을 청취하는 데만 할애하는 건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워낙 소비도 빠르고 트렌드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요즘이라 11트랙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메시지를 한 번에 공개할 경우 자칫 받아들일 정보가 너무 많아질 수 있어 한 곡 한 곡 차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Part.1,2로 나누어 발매하게 됐다. (네이버 vibe "생각, 지금의 지코 "인터뷰 중에서)
아이돌 블락비도 괜찮았던 지코는, 박재범과 함께 아이돌 시장과 힙합씬을 오갔던, 지금도 오가는 중요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코의 한국말 랩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것 같아요. 가사 라임과 라인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넣은 영어가사 랩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 납니다.
예전 쇼미더머니에서 꾸민 지코의 "오키 도키" 랩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오케이라는 영어의 장난 스러운 표현이었습니다. 함께 무대를 꾸민 송민호가 춤과 랩, 매력도가 지코와는 너무나 차이가 났던 무대였었습니다. 역시 지코가 아이돌 출신의 젊은 래퍼랑 있어도 매력에서 지지않는 구나 했었습니다.
그런 래퍼가 평양이라는 무대에, 대화의 희열이라는 어른들과 함께 하는 토크 교양물 출연에, "음원"이 아닌 "앨범" 발표를 어어져 오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의 곡 천둥벌거숭이에서 그의 말맛과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They call me 천둥벌거숭이
잘 가라 어중이떠중이
어떤 무리에 있든 난 우두머리....
그래서 올해 가을은 지코의 랩 듣기로 충족하고 있습니다.
보통 가을엔 쇼미더머니의 랩을듣고 했는데요.
그런데 쇼미더머니8회의 결승전을 보고 뭔가 뚝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세미파이널인 줄 알았거든요.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의 고등래퍼, 고등래퍼 우승 출신 래퍼, 쇼미더머니 6도 나왔던 래퍼, 디보와 호츠케스가 저변을 넓혀 들어온 래퍼가 세미파이널을 거쳤더군요. 마지막은 영비와 펀치넬로가 붙었고, 펀치넬로가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쇼미더머니에서 듣고 싶은 랩은 없었습니다. 디보도 함께 했던 "뱀"정도라고나 할까. 음원엔 디보가 없어서 좀 심심했어요. 작년엔 루피의 "SAVE", 재작년엔 음원이었지만 우원재의 "시차", 그리고 다듀 팀의 "N분의 1" 등 매년 다시 듣고 싶은 랩이 있었는 데 올해는 별로이네요.
그런데 지코의 랩 외에 또 대단한 랩을 발견했어요. 이진호의 농번기 랩인데요.
듣다보니 웃긴데, 계속 들으니 그의 어린시절 실화라고 하니까 갑자기 마음이 짠해지면서 그 마을의 풍경과 집이 그려지는 거에요. 코미디는 그런 장르에요. 웃다가 보면 정말 눈물이 나는 그런 랩. 전 좋았어요. 가을의 듣는 농번기 랩.
왜 좋겠어요? 자신의 언어로 랩을 만드니까 그게 감동이 오는 거 거겠죠
'아침 6시에 일어나 / 개밥 줘 / 소 밥 줘 / 할머니 밥 차려드려 / 깨밭에 가서 깨 털어 / 비 오면 고추 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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